밀크티를 좋아하시나요?
어떤 브랜드에는 Royal이 붙어 있어서, 로열 밀크 티라고 되어 있기도 해요.
그래서 그런지 밀크티를 마실 때면 약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
좋을 때도 있지만,
일하기 전에 부릉부릉 몸에 시동을 거는 것 같기도 합니다.
커피는 미국 같고, 밀크티는 영국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영국 어떤 귀족 부인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Afternoon Tea Time도 이젠 여러 호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예쁜 3단 트레이에 스콘이랑 오이 샌드위치랑 마카롱 같은 간식을 쌓아두고 예쁜 티팟에 서너 번 따라 마시고 싶네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든, 얼 그레이든, 블랙티든
밀크티 마시고, 이제 일해야겠습니다.
밀크티에 관해서는 세 가지 정도의 기억이 있어요.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해 볼게요.
첫 번째 기억은 저의 20대에 있었던 일이에요.
대학을 다니던 중 방학 때 런던에 갔어요. 뭐 유럽을 한 번 둘러보겠다는 마음으로 갔었죠.
하지만 영어에 집중하고 싶어, 2주 정도를 런던과 Bournemouth에 머물렀어요.
Bournemouth는 아래 지도에서 보듯 런던에서 더 남쪽에 위치해 있어요.
지도를 보면 Bournemouth 뿐 아니라 Plymouth, Falmouth, Portsmouth 등 mouth로 끝나는 지명들이 있어요.
그 지명들의 공통점은 모두 물가 옆이라는 것이죠.
접미사 mouth는 'river mouth'를 뜻해요.
강이 바다를 만나는 곳,
또는 물이 흐름을 만들어, 보다 거대한 또 다른 물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곳을 뜻하지요.
여하튼 바로 그 Bournmouth를 방문했을 때 호텔이 아닌 일반 가정집에 홈스테이를 했어요. 2주 정도요.
그때 처음으로 밀크티를 만났어요.
홈스테이를 하는 그 집은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집은 크고 넓었으나,
부유하지는 않았어요.
왜냐면 나 말고도 2명의 독일, 스위스에서 온 남학생들이 이미 홈스테이를 하고 있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일종의 단기 렌트가 아니었나 합니다.
홈스테이 계약에서는 아침과 저녁을 제공한다고 해서, 부실한 아침과 저녁을 먹었었지요.
그런데 식사 때마다 홈스테이 맘이 300ml가 넘을 듯한 머그에 찰랑찰랑 밀크티를 만들어 주셨어요.
연하고, 마치 물 같은 밀크티였어요.
사람들이 집에서 Tap water를 마시는 것 보고, 그것을 마시기는 싫어서 밀크티를 마셨어요.
식사는 부실하더라도 밀크티로 배가 찰 수밖에 없는 구조였죠. 양이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묘하게 싫지 않았어요.
커피와는 다른, 연하고 달달한데, 끝맛은 쌉소름 한 가정집 밀크티,
그것이 저의 밀크티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이에요.
두 번째 기억은 세부의 플랜테이션베이 리조트에 갔을 때 일입니다.
리조트 머무는 동안 모든 식사 포함이어서 아침마다 리조트 내 이곳저곳으로 아침을 먹으러 다녔지요.
그중 메인 식당에서 한 서버가 밀크티를 제조하고 서브하는 것이었는데
그때 먹었던 밀크티 맛을 잊을 수 없어요.
실제 제 밀크티 사랑은 이때부터 시작되었어요.
색깔이 진하고, 적당히 달달하였거든요.
커피믹스의 달달함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밀크티는 그 색깔이 중요한데, 색깔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고동색도 아니고, 갈색도 아니었지만
굳이 비슷한 색을 고르자면 황토색 정도겠어요.
가끔 공원에서 볼 수 있는 맨발 걷기의 황토색이 가장 비슷한 것 같아요.
맛이나 색깔보다 실은, 밀크티를 만드는 중년의 아저씨가 주는 느낌이 꽤 인상적이었어요.
리조트 안에 있는 식당이지만,
수영하다가 수영복 채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 사람도 있는 식당이지만,
밀크티를 만들었던 그분은 단정한 슈트에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었거든요.
티 팟을 공중으로 높이 들어, 가지런히 쌓여 있는 찻 잔에 흘리지 않고 '찰찰찰' 따라 내는 그 기술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주었어요.
그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팔이 아플 법도 한데,
레스토랑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는 장소에 서서
(왜냐하면 작업하시는 그 공간이 리조트 식당 입구 바로 맞은편이었거든요. 들어오는 사람 누구나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곳이었어요.)
계속 밀크티를 생산해 냈고,
나는 그중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밀크티를 접시받침 째 들고 내 자리로 돌아왔지요.
한 잔 마시고, 한 잔 더 마셨어요.
리조트 내 여러 식당을 갈 수 있었지만, 그 밀크티는 다음 날에도 제 발걸음을 이끌더라고요.
마지막 기억은 영국 출장 갔을 때 일이에요.
Chichester라는 작은 도시에 있는 Chichster University를 방문하여 위탁한 사업이 잘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업무였어요.
출장이지만 매우 행복한 출장이었지요.
출장 기간 중 머물렀던 호텔 객실은 영국 답게 다양한 티백이 갖춰져 있었어요.
그때 처음 접한 티백이 바로 Tetly랍니다.
호텔은 낡고, 계단이 매우 좁았죠.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조금 고생스러웠어요.
그러나 호텔 아침식사 때 밀크티 때문에 행복했던 기억이 있어요.
티팟 가득 개인용 밀크티를 준비해 주었거든요.
집에서 밀크티를 만들 때는 트와이닝, 포트넘 앤 메이슨 또는 Tetly의 블랙티를 이용합니다.
티백 2개 정도 넣고, 물은 200ml 정도,
따끈하게 데운 우유에 설탕 취향 껏,
단, 우유는 맨 마지막에 넣습니다.
티백에 우유를 먼저 넣은 후, 뜨거운 물을 추가하면 묘하게 비릿한 맛이 올라오는 것 같거든요.
티백에서 충분히 우려낸 뒤, 설탕을 넣고 녹인 뒤,
따끈하게 데운 우유를 넣어가면서 마시면 됩니다.
티백을 너무 오래 담가두면 쓴 맛이 올라와요.
그렇다고 너무 빨리 빼면 맹탕이고요.
그 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주로 오래 담그거나 너무 빨리 빼지요.
성급하여 티백을 빨리 빼면 얕은 맛이고,
그 몇 분을 지켜보지 못하고 다른 일 하다가 '티백!' 하고 빼면 씁쓸한 맛이고,
언제가 되어야 티백 하나가 충분히 우러나오는 시간을 티백만 바라보며 기다리고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참, 그런데 왜 Tea에 Milk를 섞어 마셨을까요?
우유를 더하여 먹는 전통은 뜨거운 차를 식혀주는 효과에서 시작했어요.
또한 우유는 차의 씁쓸한 맛을 덜어주어 훨씬 '마실만하게' 만들어 주었죠.
이런 전통은 홍콩 밀크티, 인도의 차이, 타이완의 버블티로 다양화되어 갔고요.
밀크티를 만들며 과거 소환을 해 본 Connie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