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학교에는 많은 전화가 온답니다. 학부모님들의 전화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종종요.
학교 주차장에 차를 대도 되는지,
운동장을 주말에 왜 개방 안하는지,
그전에 학교에서 일했는데 경력증명서 발급이 가능한지 등등 다양하지요.
웹사이트에는 학교 교무실이 대표 번호로 되어 있어, 특히 전화 응대가 많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전화가 왔었죠.
"안녕하세요. 교무실입니다. 아, 네. 나무가요? 혹시 어느 쪽에 있는 나무일까요?"
10여분 정도 통화 후 "알겠습니다. 행정실장님께 말씀드려 볼게요."와 함께 전화를 끊으셨지요.
"무슨 일이에요? 나무요? "
"네, 우리 학교 1학년에 손자가 다니는 할아버님이신데, 나무 이야기를 하셔서요. 학교 담장에 쭉 심어져 있는 사과나무 중 한 그루가 똑바로 식재되지 않아서 비스듬하게 자라고 있다. 우리 손자가 운동장에서 방과후학교도 하고 놀기도 하고 그런데, 비스듬하게 자라는 나무를 보면서 반듯하게 클 수 있겠냐? 다시 심어라. 이리 말씀하시네요."
흠...
당연한 말씀이지요.
나무 한 그루도 똑바로 심지 못하는 학교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바르게 자라도록 할 수 있을까?
"앞에 주상복합 사시는 분인데, 본인이 음악 관련 일을 하시는 분이래요. 아이들 연주를 들었는데, 아침부터 너무 시끄러운 거 아니냐고 하시네요. 게다가 박자가 너무 맞지 않아 많이 거슬린다고 하시네요. 이런저런 음악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잘 모르겠어요. 여하튼 알았다고 하고, 전화 끊었어요. "
흠...
뜻하지 않은 관중이 있을 줄이야.
그렇게 민원 전화를 받고 또 세월은 흘러 이듬해가 되었습니다.
창단 첫 해를 넘긴 오케스트라는 실력이 일취월장했어요.
음악을 잘 모르는 제가 듣기에도요.
레퍼토리도 다양해진 듯하고요.
이듬해 오케스트라는 또 '등굣길 음악회'를 강행했어요. (전년도의 전화는 까맣게 다 잊었답니다.)
하지만 저와 교무실 선생님은 기억하고 있었죠.
'등굣길 음악회'를 마치고, 교무실로 복귀하였는데 정말 거짓말같이 전화가 옵니다.
1년 전 전화를 하셨던 바로 그분이셨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담당 선생님께 꼭 전달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이렇게 말씀하고 통화가 마무리되었어요.
교무실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죠.
"작년에 전화했던 그분인데요. 자기가 아침에 또 깨서 아이들 연주를 들었다. 작년에 비해 많이 향상되었으니 꼭 칭찬해 달라고 하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