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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오케스트라 연주

요즘엔 학교마다 학생 오케스트라나 합창부가 종종 있어요.

지방의 작은 학교들은 아이들을 묶어주는 구심점이 되기도 하고요.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는 경험 자체는 귀한 겁니다. 

학원처럼 개인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단체 플레이를 하는 것이니까요. 그 점에선 운동부와 비슷하군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아이들의 자부심은 높았습니다.

창단한 지 첫 해는 고전했지만요.

 

'등굣길 음악회'라고 하여, 연습한 곡을 등굣길에 연주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학교는 고층 빌딩과 고급 주상복합에 둘러싸여 있었어요. 

창단 첫 해 '등굣길 음악회'를 마치고 교무실과 교실로 모두 들어갔지요.

 

조금 뒤 교무실로 전화가 왔습니다. 

"아, 네. 죄송합니다. 담당 선생님께 전달드리도록 할게요."

10분 정도 거의 듣기만 했던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시고 전화를 끊었어요. 

 

"무슨 일이에요?"라고 물었죠. 

"앞에 주상복합 사시는 분인데, 본인이 음악 관련 일을 하시는 분이래요. 아이들 연주를 들었는데, 아침부터 너무 시끄러운 거 아니냐고 하시네요. 게다가 박자가 너무 맞지 않아 많이 거슬린다고 하시네요. 이런저런 음악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잘 모르겠어요. 여하튼 알았다고 하고, 전화 끊었어요. "

 

흠...

뜻하지 않은 관중이 있을 줄이야.

 

그렇게 민원 전화를 받고 또 세월은 흘러 이듬해가 되었습니다. 

 

창단 첫 해를 넘긴 오케스트라는 실력이 일취월장했어요. 

음악을 잘 모르는 제가 듣기에도요.

레퍼토리도 다양해진 듯하고요.

 

이듬해 오케스트라는 또 '등굣길 음악회'를 강행했어요. (전년도의 전화는 까맣게 다 잊었답니다.)

 

하지만 저와 교무실 선생님은 기억하고 있었죠.

 

'등굣길 음악회'를 마치고, 교무실로 복귀하였는데 정말 거짓말같이 전화가 옵니다.

1년 전 전화를 하셨던 바로 그분이셨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담당 선생님께 꼭 전달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이렇게 말씀하고 통화가 마무리되었어요.

교무실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죠.

 

"작년에 전화했던 그분인데요. 자기가 아침에 또 깨서 아이들 연주를 들었다. 작년에 비해 많이 향상되었으니 꼭 칭찬해 달라고 하시네요. "

 

이쯤 되면 '등굣길 연주회'를 기다려온 지역 주민 팬이 아닌가 했답니다. 

학교라는 공간은 이렇게 하루하루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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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구 해 보신 적 있으시죠? 

Dodge ball 아이들이 많이 좋아합니다.

 

고층빌딩에 둘러싸인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랍니다. 

고층빌딩의 핵심은 뭐다? 바로 view죠.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가끔 빌딩에서 내려다보이는 학교 운동장의 모습을 바라보았나 봅니다.

 

어느 날 학교에 전화가 옵니다.

"네, 학교 교무실입니다. 3학년 학부모님이시라고요?"

 

"아, 네. 선생님께 말씀하신 내용 전달드리겠습니다."

"에휴~~. 이런 것까지 정말"

전화를 받는 선생님은 잠시 뒤 수화기를 내려놓으셨지요.

 

"무슨 일인데요?" 하고 내가 물었죠.

 

"지금 자녀 반 운동장 체육 시간인데, 피구를 하고 있나 봐요. 위에서 내려다보니, 피구선이 바르게 그려지지 않아, 양 팀이 fair 하지 않다는데요. 자기 아이가 속한 팀의 공간이 더 작다고, 불리한 게임이라네요. 담임선생님께 꼭 전달해 달랍니다."

 

'감시 아닌 감시를 당하는 운동장 체육 수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구선도 fair하게 잘 그려야겠네요. 

체육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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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티를 좋아하시나요?

milk tea

어떤 브랜드에는 Royal이 붙어 있어서, 로열 밀크 티라고 되어 있기도 해요.

그래서 그런지 밀크티를 마실 때면 약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

좋을 때도 있지만,

일하기 전에 부릉부릉 몸에 시동을 거는 것 같기도 합니다. 

 

커피는 미국 같고, 밀크티는 영국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영국 어떤 귀족 부인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Afternoon Tea Time도 이젠 여러 호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예쁜 3단 트레이에 스콘이랑 오이 샌드위치랑 마카롱 같은 간식을 쌓아두고 예쁜 티팟에 서너 번 따라 마시고 싶네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든, 얼 그레이든, 블랙티든

밀크티 마시고, 이제 일해야겠습니다. 

 

밀크티에 관해서는 세 가지 정도의 기억이 있어요.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해 볼게요.

 

첫 번째 기억은 저의 20대에 있었던 일이에요. 

대학을 다니던 중 방학 때 런던에 갔어요. 뭐 유럽을 한 번 둘러보겠다는 마음으로 갔었죠.

하지만 영어에 집중하고 싶어, 2주 정도를 런던과  Bournemouth에 머물렀어요.

Bournemouth는 아래 지도에서 보듯 런던에서 더 남쪽에 위치해 있어요. 

Bournmouth

지도를 보면 Bournemouth 뿐 아니라 Plymouth, Falmouth, Portsmouth 등 mouth로 끝나는 지명들이 있어요.

그 지명들의 공통점은 모두 물가 옆이라는 것이죠. 

접미사 mouth는 'river mouth'를 뜻해요. 

강이 바다를 만나는 곳, 

또는 물이 흐름을 만들어, 보다 거대한 또 다른 물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곳을 뜻하지요.

 

여하튼 바로 그 Bournmouth를 방문했을 때 호텔이 아닌 일반 가정집에 홈스테이를 했어요. 2주 정도요.

그때 처음으로 밀크티를 만났어요.

홈스테이를 하는 그 집은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집은 크고 넓었으나,

부유하지는 않았어요. 

왜냐면 나 말고도 2명의 독일, 스위스에서 온 남학생들이 이미 홈스테이를 하고 있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일종의 단기 렌트가 아니었나 합니다.

홈스테이 계약에서는 아침과 저녁을 제공한다고 해서, 부실한 아침과 저녁을 먹었었지요.

그런데 식사 때마다 홈스테이 맘이 300ml가 넘을 듯한 머그에 찰랑찰랑 밀크티를 만들어 주셨어요.

연하고, 마치 물 같은 밀크티였어요.

사람들이 집에서 Tap water를 마시는 것 보고, 그것을 마시기는 싫어서 밀크티를 마셨어요.

식사는 부실하더라도 밀크티로 배가 찰 수밖에 없는 구조였죠. 양이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묘하게 싫지 않았어요.

커피와는 다른, 연하고 달달한데, 끝맛은 쌉소름 한 가정집 밀크티,

그것이 저의 밀크티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이에요.

 

두 번째 기억은 세부의 플랜테이션베이 리조트에 갔을 때 일입니다. 

리조트 머무는 동안 모든 식사 포함이어서 아침마다 리조트 내 이곳저곳으로 아침을 먹으러 다녔지요.

그중 메인 식당에서 한 서버가 밀크티를 제조하고 서브하는 것이었는데

그때 먹었던 밀크티 맛을 잊을 수 없어요. 

실제 제 밀크티 사랑은 이때부터 시작되었어요. 

색깔이 진하고, 적당히 달달하였거든요.

커피믹스의 달달함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밀크티는 그 색깔이 중요한데, 색깔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고동색도 아니고, 갈색도 아니었지만

굳이 비슷한 색을 고르자면 황토색 정도겠어요. 

가끔 공원에서 볼 수 있는 맨발 걷기의 황토색이 가장 비슷한 것 같아요. 

 

맛이나 색깔보다 실은, 밀크티를 만드는 중년의 아저씨가 주는 느낌이 꽤 인상적이었어요.

 

리조트 안에 있는 식당이지만,

수영하다가 수영복 채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 사람도 있는 식당이지만,

밀크티를 만들었던 그분은 단정한 슈트에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었거든요.

티 팟을 공중으로 높이 들어, 가지런히 쌓여 있는 찻 잔에 흘리지 않고 '찰찰찰' 따라 내는 그 기술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주었어요.

그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팔이 아플 법도 한데,

레스토랑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는 장소에 서서

(왜냐하면 작업하시는 그 공간이 리조트 식당 입구 바로 맞은편이었거든요. 들어오는 사람 누구나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곳이었어요.)

계속 밀크티를 생산해 냈고, 

나는 그중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밀크티를 접시받침 째 들고 내 자리로 돌아왔지요.

한 잔 마시고, 한 잔 더 마셨어요.

리조트 내 여러 식당을 갈 수 있었지만, 그 밀크티는 다음 날에도 제 발걸음을 이끌더라고요. 

 

마지막 기억은 영국 출장 갔을 때 일이에요.

Chichester라는 작은 도시에 있는 Chichster University를 방문하여 위탁한 사업이 잘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업무였어요.

출장이지만 매우 행복한 출장이었지요.

 

출장 기간 중 머물렀던 호텔 객실은 영국 답게 다양한 티백이 갖춰져 있었어요.

그때 처음 접한 티백이 바로 Tetly랍니다.

 

호텔은 낡고, 계단이 매우 좁았죠.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조금 고생스러웠어요.

그러나 호텔 아침식사 때 밀크티 때문에 행복했던 기억이 있어요. 

티팟 가득 개인용 밀크티를 준비해 주었거든요. 

 

집에서 밀크티를 만들 때는 트와이닝, 포트넘 앤 메이슨 또는 Tetly의 블랙티를 이용합니다. 

티백 2개 정도 넣고, 물은 200ml 정도,

따끈하게 데운 우유에 설탕 취향 껏,

단, 우유는 맨 마지막에 넣습니다. 

티백에 우유를 먼저 넣은 후, 뜨거운 물을 추가하면 묘하게 비릿한 맛이 올라오는 것 같거든요.

티백에서 충분히 우려낸 뒤, 설탕을 넣고 녹인 뒤,

따끈하게 데운 우유를 넣어가면서 마시면 됩니다. 

 

티백을 너무 오래 담가두면 쓴 맛이 올라와요.

그렇다고 너무 빨리 빼면 맹탕이고요.

그 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주로 오래 담그거나 너무 빨리 빼지요. 

 

성급하여 티백을 빨리 빼면 얕은 맛이고,

그 몇 분을 지켜보지 못하고 다른 일 하다가 '티백!' 하고 빼면 씁쓸한 맛이고,

언제가 되어야 티백 하나가 충분히 우러나오는 시간을 티백만 바라보며 기다리고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참, 그런데 왜 Tea에 Milk를 섞어 마셨을까요? 

우유를 더하여 먹는 전통은 뜨거운 차를 식혀주는 효과에서 시작했어요.

또한 우유는 차의 씁쓸한 맛을 덜어주어 훨씬 '마실만하게' 만들어 주었죠.

이런 전통은 홍콩 밀크티, 인도의 차이, 타이완의 버블티로 다양화되어 갔고요.

 

밀크티를 만들며 과거 소환을 해 본 Connie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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